1858년에 어머니와 아내와 어린 세 아이가 멕시코 군대에 학살당했다. 원수를 갚겠다며 백인들을 공격했다. 미국과 멕시코의 백인들은 그를 “제로니모”라 부르며 두려워했다(원래 이름은 “하품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1874년에 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원주민들을 이끌고 탈출했다. 항복하고 탈출하기를 되풀이했다. 미군 5천 명이 그를 쫓아다녔다. 마지막으로 항복한 날이 1886년 9월4일이었다.
미국 사회는 그를 마지막 아파치 전사라며 추켜세웠지만, 정작 제로니모는 1909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보호구역에 갇혀 지냈다. 박람회에 전시되기도 했다. 죽기 몇 년 전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국민통합이라는 구색을 맞춰주었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부족을 고향으로 보내달라”며 눈물을 흘렸으나 무시당했다.
죽은 후에도 ‘인기’였다. 어쩌면 백인들은 죽은 그를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제로니모에 관한 영화가 나왔다. 미군에는 제로니모라 이름 붙인 군부대와 해군함정이 있다. 낙하산을 메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군인들은 “제로니모”라고 외친다. 코미디 영화 <못말리는 람보>에는 “제로니모”를 외치는 부대원들 뒤를 따라 아파치 전사가 “나(Me)!”라고 외치며 뛰어내리는 뜬금없는 장면도 나온다.
자기가 이런 식으로 소비되리라는 것을 스스로도 짐작했을 것이다. 말년에는 백인에게 자기 사진이니 활이니 기념품을 팔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2011년에 있던 일은 지나쳤다. 미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는데 작전명이 “제로니모”였다. 왜 제로니모의 이름으로? 원주민 후손들은 이 아이러니가 불편했다. 당시 대통령이던 오바마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일이 있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