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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청원서 길이만 270m” 그리고 세계 최초 여성 투표권 / 김태권

등록 2020-09-17 18:25수정 2020-09-18 02:38

뉴질랜드의 여성운동가 케이트 셰퍼드 (1848~1934)
뉴질랜드의 여성운동가 케이트 셰퍼드 (1848~1934)

여성의 투표권이 나랏법으로 처음 보장된 날이 1893년 9월19일이다.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였다. 19세기 후반 뉴질랜드에는 백인 이민자가 모여들었다. 케이트 셰퍼드 역시 영국에서 온 이민자였다. 아이를 키우며 사회운동도 열심이었다. 한때는 기독교여성금주동맹 활동을 했다. 그때 사람들은 술 때문에 가정폭력과 가정파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지금 보면 술이 무슨 죄랴 싶지만). 그런데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말자”는 상식적인 법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 주류업체는 로비를 하고 여성은 투표권이 없어서였다.

케이트 셰퍼드와 동지들은 여성참정권 운동을 했다. 원주민 여성인 메리 테 타이 망가카히아도 함께 했다. 1888년의 의회 청원은 거절당했다. 1891년에는 9천명이, 1892년에는 2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1893년에 케이트 셰퍼드는 3만2천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청원서 길이만 270m였다나. 얼마나 많은 수냐 하면, 그때 뉴질랜드에 살던 백인여성 4분의 1이 서명에 참여한 셈이라 한다. 믿기지 않지만 뉴질랜드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기네 역사 사이트에 나온 자료니 사실일 것이다. 당시 서명한 모든 사람의 명단도 인터넷에 올라 있다. 이런 노력으로 여성투표권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후손들은 뿌듯할 것이다.

뉴질랜드나 영국이나 평등한 투표권에 반대하는 ‘일부’ 남성들이 있었다. 그쪽이 낸 엽서와 만평이 더러 남았다. ①여성이 투표하러 나가면 ②집안일은 남성이 맡을 텐데 ③남성의 투표권 행사가 힘들어지므로 ④남성이 ‘역차별’ 받는다는 주장. 어이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역사는 진보했다. 북한은 1946년, 한국은 1948년,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에 여성이 참정권을 얻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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