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1위 신진서(20) 9단이 최근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졌다. 1국에서 마우스 착점 실수로 사실상 한 경기를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코로나19의 언택트 시대에도 바둑은 정상적으로 대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색해졌다.
바둑의 온라인 대국은 대중화돼 있다. 바둑 사이트인 사이버오로나 타이젬, 한게임에 가입한 회원들은 급수에 맞는 상대를 골라 두고, 한·중·일의 프로기사들도 닉네임으로 서로 대국을 한다. 컴퓨터를 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하고, 암기하는 프로기사들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 국제기전이 본격화된 올해 시행착오도 많다. 삼성화재배 결승 1국 초반 노트북 터치패드에 마우스 선이 닿으면서 신진서의 돌이 1선에 잘못 찍혔지만 구제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의신청 버튼이 있었지만, 신진서는 누르지 않았다. 개입 권한이 있는 심판장이 중국 기원 쪽에 사정을 얘기하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실 온라인 대국에는 돌발 변수가 많다. 앞서 8월 농심배 대회에서는 박정환 9단이 중국의 판팅위 9단과 대국하다가 마우스 클릭이 먹히지 않아 시간패를 당했다. 다행히 클릭해도 착점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상호 양해가 이뤄지면서 판을 무효로 하고 재대국을 펼쳤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무선 대신 유선 마우스를 사용하는데,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는 그게 불운이 됐다.
바둑의 오랜 금과옥조는 ‘한번 놓은 수는 물릴 수 없다’는 일수불퇴다. 그런데 동호인들의 온라인 바둑에서는 ‘무르기’가 있고, 대국 중 인터넷이 끊겨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프로에서는 어떨까. 신진서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착점 실패가 날벼락이라고 해도, 싸움에서 ‘변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대로, 커제 쪽에서 ‘잘못된 수이니 다시 두라’고 얘기했다면 어땠을까. 세계 1위의 자존심과 3억 상금이 걸린 싸움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대국자는 말할 수 없다’는 불문율은 피난처가 될 것인가. 여러 가정이 잇따른다.
한국기원은 앞으로 온라인 대국 규정을 더 정교화할 예정이다. 일수불퇴라는 오프라인 바둑의 철칙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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