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플렉켄슈타인 ㅣ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세계 여느 지역처럼 유럽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드라마’에 큰 관심을 가졌다. 유럽인들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 매달린 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몇몇 주에서 막판 역전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기다렸다. 미국 선거제도는 특이해서 전체 득표수가 적은 사람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았다.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은 공공연한 긴장 관계에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메르켈 총리는 외교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솔직함으로 “포퓰리즘과 기본적 진실을 부정한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새 드림팀인 바이든-해리스와 함께 예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새 백악관 주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미국 무역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기를 고대하며 트럼프와의 긴밀함을 추구했다.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은 절박하게 무역협정들을 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영국의 매력 공세는 결국 바이든을 만나게 됐고, 바이든은 과거 존슨 총리를 트럼프의 ‘육체적 정신적 복제인간’이라고 표현했다.
더 중요한 것은 바이든이 브렉시트가 영국과 미국의 이익에 있어 역사적 실수였다는 견해를 강하게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혈통을 자랑스러워하는 바이든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정책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엄격한 국경 통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다준 1998년 ‘굿 프라이데이 협정’에 대한 이러한 위배는 ―바이든과 그의 민주당 동료들이 더없이 명료하게 밝혔던 경고들을 볼 때― 영-미 무역협정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당분간 영국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다른 유럽 정상들은 브렉시트 같은 부담 없이 새 백악관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와 다른 유럽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새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계보건기구 탈퇴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다자주의를 외면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럽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긴장시킨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바이든이 유럽 국가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각국 국내총생산의 2% 충족) 압박을 중단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만 방위비 지출이 바이든의 주된 관심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은 바이든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다시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을 뒤집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아는 미국의 새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무역 정책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유럽 지도자들은 자국의 긴급 사안을 우선시하는 새 미국 대통령을 발견할지 모른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특정 관세를 없애 경색된 관계를 풀기 위한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를 제안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미국인의 생계를 보호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는 아니지만 ‘바이(Buy) 아메리칸’이라는 구호로 선거운동을 했고, 국외로 일자리를 옮기는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좀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
바이든과 함께 미국은 안도감을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사라질지언정 바이든 시대에도 트럼프에게 투표한 7천만 미국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의 분열은 바이든-해리스 정부에 큰 도전이 될 것이고, 나머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