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유전자는 부모의 형질을 자손에게 전달한다. 혈액이나 모근이 남아 있는 머리카락, 입안 점막세포, 타액 등으로 검사할 수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영리·의료 기관들은 이미 멀찌감치 앞서 있다. 이들은 유전자 검사로 치매, 요통, 골다공증, 비만 등 각종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판독한다. 아이들의 체력과 키, 성격과 적성 등도 예측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수용체의 변이를 보면, 알코올·도박·약물 등의 중독 편향을 알 수 있다. 중독 유전자를 가진 이는 고집이 세고 조직 적응력이 부족하며, 편집증과 과대망상 경향이 있다. 우울증·폭력 유전자도 있다.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변이로 분석하는데, 우울·불안·소심 성향에 감정 기복이 크다. 호기심 유전자는 좋게 말하면 대담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무질서하고 충동적이다.
지금까지 법적·과학적으로 유용성이 인정된 유전자 검사 분야는 희귀성 유전질환과 친자·사망자의 신원 확인 둘뿐이다. 유전자로는 모든 기형을 알 수 없고, 질병의 발병도 과학적·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개인의 성격·적성 등을 예측하는 건 “점을 치는 것과 비슷”(한국유전자평가연구원)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의 유전자 해독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전 연쇄 성폭행범 ‘발바리’을 검거하는 데 유전자 검사가 큰 구실을 했다고 한다. ‘과학수사의 개가’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범행 지역에서 음주측정 대신 채혈을 요구한 사람, 무심코 담배를 버린 사람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들이 자기도 모르는 유전자 검사에 동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범인 조기 검거를 목적으로 11개 강력범죄의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중독·폭력 유전자를 가졌다면 아무데나 침을 뱉었다간 봉변을 당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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