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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부부 건축가의 세상짓기] 느슨한 소유 / 노은주·임형남

등록 2021-02-16 14:47수정 2021-02-17 02:39

노은주·임형남 | 가온건축 공동대표

몸과 욕망에 갇혀 한생을 살아가며, 간혹 종교를 찾거나 철학을 통해 존재의 불안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곤 한다. 만족을 모르고 계속 사 모으고 쌓아놓는 모습에 마치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전설 속의 어떤 존재가 떠오른다. 끊임없는 소유에 대한 욕망이 자본주의의 무한한 연료이다. 그러나 21세기로 건너가며 마르지 않는 샘 같던 연료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명절 연휴에 몇년 전 우리 아이가 자기 이름으로 가입했으니 아무 때나 들어가 보라고 크게 인심 썼던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봤다. 연휴 내내 영화를 공짜(물론 아이를 통해 지출된 내 돈이지만)로 보며 예전에 ‘10원에 하루 종일’이라고 유리창에 붙여놓고 우리를 유혹하던 만화 가게가 생각났다. 사실 그 만화 가게에서 10원으로 종일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왜냐하면 무슨 이유이건 일단 가게에서 나가면 효력이 상실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인간이기에 하루에 몇번은 화장실에 가야 하는 슬픈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화장실에 갔다 와도 되고 잠시 외출을 하고 와도 된다. 심지어 아이디를 공유해도 된다.

그런 공유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와 있었다.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인터넷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로 들어왔고 정보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와 이미지 혹은 나의 경험을 온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음악 감상도 실물 음반에서 엠피3 파일 형태로 소유하다가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면 된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스트리밍 사이트에 간단하게 가입하고 요금을 내면 손가락 터치 몇번만으로도 음악을 찾을 수 있고, 한적한 산속이거나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서 사람과 부대끼거나 하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공간도 공유한다. 내 집을 생면부지의 불특정 다수에게 빌려줄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내 집으로 접속을 하고 한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나아가서 이제는 공유주방, 공유거실, 공유오피스 등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방식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느슨하게 하고, 나누어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공유경제가 화두이다. 100년 넘게 지속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반성하고, 심각하게 나빠지는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도 담긴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더 소유할 것인지가 아니라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정보화 시대가 더욱 강화되는 21세기 이후의 시대정신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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