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수 ㅣ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부자 증세’ 계획을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낮추었던 연 소득 40만달러(약 4.5억원) 이상 개인의 최고소득세율을 감세 이전의 39.6%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천문학 수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시도인 동시에 미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이해된다. 민주당의 경우 이미 지난 당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이 순자산이 최소 3200만달러(약 360억원)가 넘는 ‘슈퍼리치’에게 부유세를 걷자고 제안한 바 있다.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리는?”이란 질문을 던져본다. 한편에선 대한민국은 2010년 이후 최고세율을 35%에서 45%로, 10%포인트 인상한 국가라는 점을 들어 반대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불평등 문제의 해결과 재정을 위해 슈퍼리치 대상의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경제학자들은 ‘최적 최고소득세율’을 정하는 데서 두가지를 고려할 것을 조언한다. 먼저 세율 인상이 충분한 세수의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와 관련이 있다. 만약 상위 1%의 소득이 실제 상위 0.01% 이상에 몰려 있다면 상위 0.01%에 대해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세수 확보에 유리하다. 다음은 세율 인상의 비효율이다. 만약 최고소득세율이 그 사회의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집단에 적용된다면 급격한 인상은 피해야 한다. 이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를 ‘과세소득 탄력성’이라고 부르는데 낮은 과세소득 탄력성은 증세의 경제적 비용을 줄여주어 세율 인상 폭을 넓혀준다.
국세청 미시자료를 이용하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권성오·권성준 박사는 2018년 과표 5억~10억원의 구간의 최고소득세율 인상(40%에서 42%)이 상위 0.1%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았다. 결론은 이들이 세율 인상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즉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최상위 근로소득자들의 노동공급의 의사결정은 인상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율 인상에 대해 노동공급의 조정 외에 소득원의 변화나 세무조정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고소득 사업소득자들의 행동 변화 폭도 기존 연구보다 상당히 낮았다. 이는 최고세율의 추가적 인상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이 실제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세소득 탄력성과 노동과 자본소득을 포함한 소득분포를 이용하여 필자가 개략적으로 계산한, 슈퍼리치에게 적용될 최적 최고소득세율은 55~70%였다. 현재의 최고세율이 45%인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으며 증세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남은 문제는 이러한 최고세율의 적용을 받는 최상위 소득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최고세율 인상 목적이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 그리고 이의 근원인 자산불평등 축소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2010년 이후 최상위 소득의 불평등 악화는 임금소득이 아니라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70만개 영리법인 중 상위 100개 기업(약 0.017%)의 최고경영자 평균 보수는 약 24억이었다. 같은 해 배당소득 상위 0.01%의 평균 배당소득은 약 69억이었다. 거의 3배 차이다.
또한 배당소득자의 상당수가 재벌 2·3세와 같은 ‘세습부자’였다. 2018년 기준으로 상위 10대 재벌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41조 수준이다. 이로부터 나온 배당수입은 0.99조였다. 거기에 이 중 0.3조는 이들 세습부자가 회사기회의 유용과 같은 편법적 방법을 통해 취득한 지분에서 나온 배당소득이다. 이 금액은 2018년 상위 100여명의 배당소득 총액 4.49조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100억 이상 소득구간에 대해 최고한계세율을 50% 이상으로 하는 새로운 구간을 만들 경우 그 적용 대상은 ‘세습부자’이지 전문경영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는 앞서 걱정한 최고세율의 인상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부의 세습을 막고 이들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됨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선 시기에 각 정당이 최고세율 인상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논의를 진행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