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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미얀마의 ‘이이제이’와 ‘구동존이’

등록 2021-03-22 16:31수정 2021-03-23 09:26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6일 시민들이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아놓고 있다. 양곤 시내 중심가를 잇는 바인나웅 다리에서는 불이 나 연기가 치솟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얀마 군부는 양곤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내렸으나 쿠데타에 저항하는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6일 시민들이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아놓고 있다. 양곤 시내 중심가를 잇는 바인나웅 다리에서는 불이 나 연기가 치솟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얀마 군부는 양곤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내렸으나 쿠데타에 저항하는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의 전락은 독립과 건국의 전략인 이이제이와 구동존이가 망가지는 과정이었다. 소수민족을 포함하는 대표성 있는 군부 대체 세력을 형성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인정케 하는 구동존이와 이이제이 전략의 회복만이 미얀마 위기의 해법이다.

정의길 ㅣ 국제부 선임기자

3월27일은 미얀마에서는 ‘타마도의 날’이다. 타마도란 군이라는 뜻이니, ‘국군의 날’이다.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3월27일 아웅산의 버마독립군(BIA)이 당시 버마를 점령한 일본군에 공격을 시작한 날이다.

그런데 아웅산은 1941년 일본의 도움으로 버마독립군을 결성했다. 30명의 초기 동지들은 중국의 하이난섬에서 일본군에게 훈련받았다. 아웅산 등은 대동아공영권을 표방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이용해, 영국에서 독립하려 했다. 버마독립군은 일본군과 함께 버마에 진공했다. 곧 아웅산 등은 일본의 패전이 확실해지자, 총부리를 일본으로 돌렸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버마판 ‘이이제이’(以夷制夷)는 ‘버마 연방’ 독립과 건국의 대외전략 기초였다.

차이는 인정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도 있다. 135개 소수민족이 있는 미얀마는 사실 영국의 식민통치가 만든 산물이다. 영국 인류학자 에드먼드 리치는 “현대 정치지도 위에 표시된 버마는 자연스러운 지리적 혹은 역사적 실체가 아니고 지도 제작자들의 소설”이라며 “19세기 말 영국 제국주의 무력 외교와 행정 편의의 창조물”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소수민족들은 2차대전 때 처음부터 영국 편에 섰다. 소수민족들의 버마족에 대한 역사적 갈등에다가 영국의 버마족 견제가 덧붙여진 결과이다.

아웅산은 건국 과정에서 갈등하는 소수민족과의 팡롱협정을 맺어, 버마연방을 창설했다. 먼저 샨, 카친, 친 등 3개 주요 소수민족 지역에 자치를 허용하고, 나머지 소수민족에게도 순차적인 자치를 약속했다.

75년이 지난 지금, 아웅산의 후배인 미얀마 군부는 그의 딸 아웅산 수치를 다시 체포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군부에게 학살당하는 미얀마의 전락은 이이제이와 구동존이 전략이 망가지는 과정이었다. 건국 직후 팡롱협정의 원칙은 증발했고, 소수민족들은 무장투쟁에 나섰다. 소수민족과의 내전 진압으로 군부가 세력을 키워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독재정권으로 나아갔다. 구동존이가 먼저 무너졌다.

이이제이는 미국과 중국이 미얀마를 가지고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는 전략이 됐다. 미얀마는 군부 정권 이후부터는 중국에 밀착했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 미국이 대중국 봉쇄를 풀고 동남아에 대한 개입을 포기하자, 미얀마는 버마식 사회주의라는 명목 아래 완전히 일당독재 고립 노선으로 전환했다. 중국만을 유일한 대외창구로 교류했다. 미국도 미얀마를 중국의 영향권으로 인정한 결과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는 ‘아시아 회귀’ 전략을 표방하고, 미얀마에 개입을 다시 시작했다. 군부도 수치의 민간세력과 타협해 부분적 민주화를 이루고,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면서 구동존이와 이이제이의 원칙을 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7년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 수치의 옹호를 계기로 두 원칙은 다시 뭉개졌다. 더구나 수치 정부는 군부정권 때 시작된 20개 소수민족과의 평화협상 및 휴전협정을 무산시켰다. 국제적 신뢰를 잃은 수치는 중국 쪽으로 경사했다. 이는 미얀마를 둔 미-중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을 가열시켰다.

쿠데타 이후 무력화된 수치 정부를 대체하는 임시정부를 표방하는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소수민족과의 반군부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로힝야 사태 등 그동안 소수민족 홀대와 탄압에 대한 자성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방의회대표위원회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반응은 아직 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군부와 수치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아리 벤메나셰라는 이스라엘계 로비스트를 내세워 친미반중을 미국에 입질하고 있다. 수치 쪽 역시 소수민족이나 새로운 대안정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 민주주의민족동맹 내부에서 소수민족 문제 등을 둘러싼 보혁 대결 등 내부 알력이나 주도권 다툼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얀마 위기를 해결할 해법은 있는가? 있다! 군부를 대체할 수 있는 민간세력의 형성이다. 미얀마 내부에서 소수민족까지 포함한 대표성 있는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인정하는 합의를 해야 한다. 미얀마가 구동존이와 이이제이의 전략을 다시 확립하는 과정이다.

패권국들의 탐욕과 대결 앞에서 약소국의 운명은 잔인하다. 이상을 가슴에 품고, 장사꾼처럼 현실과 거래해야 한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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