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봄이 오긴 왔나. 어떤 이는 겨울이 왔는데 봄이 멀리 있겠냐고 했다. 사람과 생명, 고통과 괴로움을 볼 수 없는 이들은 이미 와 있는 봄마저 지워버린다. 사람을 사람으로, 고통을 고통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아이들이 1년 넘게 갇혀 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2월부터 ‘코로나19 유행 대비 아동복지시설 대응지침’을 통해 시설 내 아동들의 외출을 원칙적으로 전면금지시켰다. ‘등교, 병원진료 등’이 유일한 예외 사유였다. 10월, 11월에는 지침을 일부 개정해 예외 사유로 ‘생계 유지를 위한 직장 출퇴근’을 추가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로 기준을 달리한다고는 했지만 기존 지침과 큰 차이는 없었다. 국가는 모든 형태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폭력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내용과 대비된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이 있는 아동은 가족을 만날 수 없었고, 외부 자원봉사자들의 특별 프로그램은 중단됐고, 시설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도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의 고립감, 우울감,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크고 작은 갈등은 빈번히 발생하고, 일부 시설 내의 왜곡된 위계질서와 부당한 처우는 더욱 심각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여기는 감옥이라고. 단지 시설에서 산다고 해서 밖에 나가 놀고 외식하고 장을 보는 가족과 함께 사는 아이들과 삶이 이렇게 달라야 하냐고.
아동복지시설은 구금시설인가. 아동은 누구이고 시설은 무엇인가. 1년이 넘도록 이들 아동을 감금하도록 결정한 자는 누구이고, 이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시설 내 아동을 단순한 보호나 통제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권리의 주체인 ‘사람’으로 봤다면 과연 이러한 조치를 할 수 있었을까.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사업주도 그 노동자가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이 경기, 서울, 인천 등 상당수 지자체에서 내려졌다.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행정조치가 가능함을 근거로 해서, 위반시 형사처벌과 관련 방역비용 등 부담을 명시했다.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차별금지 원칙이나 필요최소한의 제한 원칙과 도저히 조화를 이룰 수 없음이 명백해 보인다.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간 어떤 질적, 양적 차이가 있는가. 다양한 직급과 업무를 가진 직원들이 적게는 두세명, 많게는 수천명이 일하는 직장에서 그중 오로지 외국인만 검사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합리적인가. 대학에서는 다른 한국인 교수, 강사, 행정실 직원, 환경미화원, 경비, 학교버스 운전기사, 내외국인 학생 등은 모두 대상이 아닌데, 오로지 외국인 교수, 강사만 강제검사 대상이라는 것이 상식적인가.
너무 기이하지 않은가. 같은 ‘사람’으로 본다면 도저히 내릴 수 없는 결론이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가 명령을 철회하거나 권고로 돌렸다고 마치 상황이 종료된 것처럼 호도하지만, 그것이 권고라고 하더라도 배제와 혐오의 논리 구조는 전혀 바뀐 것이 없고 아직도 다수의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고 상상할 수 없는 외국인 혐오, 낙인찍기의 끝판왕이다.
이러한 국가폭력에 무지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국회, 언론, 시민사회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기존 조치의 철회가 있어야 한다. 국가의 공적인 사과와 이에 상응하는 구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끔찍한 국가폭력이 우리 모두에게, 특히 피해자들에게 치유되지 못한 역사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시설의 아이들은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대다수 외국인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곧바로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에서 단 한 표도 행사할 수 없는 이들, 힘없는 아동과 외국인에게 선거철은 가장 추운 겨울이다. 어떤 이는 내가 먼저 꽃피거나 문 열고 나서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공포와 혐오, 무관심과 무지의 이름으로 이미 격리시킨 우리의 인간성도 되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