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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다시 생각해보는 북한인권 문제 / 오준

등록 2021-03-25 19:01수정 2021-03-26 02:40

오준ㅣ경희대 석좌교수·전 유엔대사

북한의 인권 문제는 2003년 처음 유엔 의제로 상정된 뒤, 인권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다루어지게 되었다. 인권 문제가 이처럼 집중적으로 다루어지는 국가는 세계에 10개국이 안 된다. 북한인권 문제가 다른 어떤 국제적 이슈보다 우리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분단된 민족인 북한 주민들이 현시점에 실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선포한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국제적으로 인권은 크게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나뉘어 구현되어 왔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면 보장될 수 있지만, 복지권과 같은 사회권은 국가가 보장해줄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 인권 증진에 필요한 민주화나 경제발전이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북한 주민들의 인권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탄압 국가에 인권 향상을 강제할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국제적 압박은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다. 국제적 압박에 있어서 가급적 비정치적이고 전문적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인권에 있어서 완벽한 국가는 없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인권검토’에서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이나 우리나라도 수백개의 권고사항을 받아왔다. 물론 우리나 미국이 사형제도, 경찰의 과잉대응 등에 관한 권고를 받는 것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에 관한 지적은 심각성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적할 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도와줘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정치적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북한의 반발을 줄이고 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이 2019년부터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공동제안국 참여를 중지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 변화라고 본다. 우리 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러한 정치적 접근 방식은 인권 문제에 관한 원칙을 약화시켜 우리의 입지를 좁히게 된다. 향후 인권 결의안의 대상이 되는 다른 국가들이 우리의 입장 변화를 요구할 때, 인권 문제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 우리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사회권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회권은 정부의 독재와 탄압만이 아니고, 경험이나 재원이 부족해서 실현되지 못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할 때 이러한 지원은 인도적 분야에 국한되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장애인 인권 분야가 있다. 사실 북한은 지난 10년간 장애인권리협약 가입 등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가 북한 장애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대북 제재하에서도 가능한 일이고 인권상황 개선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1990년대 초 세계적으로 냉전이 끝나고 남북한 간에도 데탕트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북한 핵 문제가 시작되었다. 30년 된 북핵 문제는 북한 자신의 발전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이제는 북한 정권이 좀 더 현명한 판단으로 주민들에 필요한 것이 핵무기가 아니고 경제적 풍요와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점을 깨닫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누리게 되면, 북한인권 문제도 유엔 의제에서 자동적으로 삭제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것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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