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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30대의 패닉바잉과 응징투표 / 최한수

등록 2021-04-18 12:04수정 2021-04-19 02:06

최한수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집권당이 참패했다.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유권자들이 현 정부 4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회초리를 든 것이다. 이러한 응징투표의 중심에 서울의 30대가 있다. 무엇이 이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는가. 나는 이번 칼럼에서 서울 30대의 ‘응징투표’와 ‘아파트 패닉바잉’이 실제로 동일한 현상이라는 다소 ‘과감한 주장’을 하고자 한다.

‘패닉바잉’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전 연령대에 걸쳐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일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체 매수자 중 30대의 비중은 25%로, 40대(28%)보다 3%포인트 낮았다. 그러다가 그 이후 2년 사이 30대 비중은 40%로 무려 15%포인트 증가했다. 40대는 26%로 줄어 오히려 30대 비중이 40대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30대와 40대의 지위가 역전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17 대책 이후 30대는 다른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이 서울지역 아파트를 구입한 세대가 되었다. 유사한 경향이 경기도나 전국단위에서 관찰되기도 하지만 서울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었다. 패닉바잉은 2020년 이후, 서울의 30대가 주도한 현상이다.

패닉바잉은 왜 일어날까? 이는 미래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그 원인이다. 비트코인처럼 “항상 지금이 저점”이라는 기대 말이다. 이 기대는 앞으로 몇년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개개인의 판단과 그럼에도 정부가 신뢰할 만한 공급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시장 인식의 산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방위적 금융규제의 가격안정화 효과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는 앞으로는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심리가 생겨 당장 집을 살 필요가 없었던 이들의 수요까지도 유발한다.

생각해보자.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강도 높은 금융과 세금 정책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억제에 집중해왔다(서울의 아파트 공급 정책이 제시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이는 수요와 공급곡선 모두를 왼쪽으로 이동시켜 거래도 줄고 가격도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정책목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어찌 되든 지금 사야 한다”는 생각을 30대가 갖는 순간 수요곡선이 그 이전보다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변한다. 이처럼 수요가 가격에 덜 민감해질(전문용어로 수요가 ‘비탄력적’이 될) 경우, 정책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면 거래량은 줄어도 값이 오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2019년 12·16 대책, 2020년의 6·17 대책 이후 실제 시장에서 발생한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두 정책 이후 4개월 만에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평균 73% 하락했지만 가격은 3.7% 상승했다.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왜 30대가 돌아섰는가? 그것은 30대 대부분이 ‘패닉바잉’에 동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연령대별 대출의존도의 차이가 원인으로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30대는 40대나 50대, 심지어는 20대보다도 대출의존도가 높았다. 다른 세대에 비해 모아둔 자산이 부족한 30대에게 정부의 대출규제는 더 큰 타격을 주었다. 부동산 자산이 가구의 부의 7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최근 3~4년 사이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패닉바잉에 성공한 소수의 30대와 나머지 30대 간의 자산 불평등은 더 악화되었다. 이 모든 것이 서울의 30대로 하여금 투표를 통해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게 만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30대가 야당에 호의적이어서, 혹은 ‘조국 사태’에 실망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청약에서 배제된 서울지역 30대가 아파트 가격의 빠른 상승 국면에서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가장 크게 느낀 세대였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특히 금융규제)는 전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서울지역 아파트의 공급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방향전환이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이것만이 악화된 민심을 다잡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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