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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 오프사이드’ 시대의 명암

등록 2021-05-11 16:52수정 2021-05-12 10:13

[유레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은 세계 축구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고, 앞서 2017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보수적인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2019~2020 시즌부터 비디오판독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올해 일본의 J리그까지 세계 주요 프로리그가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리그나 컵대회에서 터트린 골이 비디오판독 결과 여러번 오프사이드 처리됐다. 결정적인 골이 무효가 되면 파급 효과는 팀 패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손흥민의 속눈썹이 선을 넘었나?”라든가, “선수의 코가 길면 오프사이드냐?”라는 축구 관계자나 팬들의 비아냥이 나온다.

영상 리플레이로 팔을 제외하고, 공격수와 상대팀 두번째 최종 수비 선수의 몸 위치를 선으로 그어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과학의 힘이다. 주심이나 부심도 비디오판독이라는 안전판이 있어 오심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의 과학에도 난점은 있다. 1초에 50~100프레임을 찍는 카메라로 초속 6m를 달리는 선수를 찍으면 오차가 6~12㎝가 되기 때문이다. 1㎜까지 잡아내려면 6000프레임을 찍는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이것이 가능하더라도 ‘0.1㎜의 오차’ 등 새로운 문제가 무한히 발생한다.

비디오판독을 통한 오프사이드 판정은 계측되고, 양화된 것이 믿을만 하다는 과학의 ‘신화’를 유포한다. 그 대가로 골이 터졌을 때의 감동과 득점한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가 유보되고, 오랜 판독시간에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100년 넘게 지속돼온 축구 오프사이드 규칙이 극단적인 수치로 판독되는 미래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인간의 눈에 착시가 있다고 해도, 서로 어울리며 생활세계를 구성해온 게 인간 삶의 역사다. 축구가 과학이 아니라 경기라는 측면에서 ‘1㎜ 오프사이드’ 시대는 가혹한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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