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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생물다양성 위기’ 밥상도 위협한다

등록 2021-05-20 18:38수정 2021-05-21 13:24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이 지난 3월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에 기후위기 처방전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이 지난 3월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에 기후위기 처방전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기고] 이창표ㅣ그린피스 캠페이너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1992년 5월22일, 유엔 산하 158개 회원국 대표들이 케냐 나이로비에 모여, 산업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협약 발표 이후에도 매년 2만5천~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었다.

대한민국 환경부는 2012년에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생물다양성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는 데에는 과도한 서식지 훼손 외에도 또 다른 원인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이다.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볼 때, 기후변화는 사실상 기후 재앙이 된 지 오래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최근 30년(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은 12.8℃로 과거 29년(1912~1940년)보다 1.6℃ 상승했다. 여름은 20일이나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고온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아고산대의 침엽수들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침엽수림인 한라산의 구상나무 군락은 90%가 고사했고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생태계에서도 분비나무가 쓰러지고 있다. 침엽수림에서 살던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등 한국 토종 생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던 침엽수림이 집단 고사해 대기 중 탄소량은 더 늘어나 기후 재앙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 현상이 심해지고 산불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열대성 감염 매개체인 모기는 따뜻해진 겨울을 무사히 견딜 수 있게 되어, 열대 모기가 매개하는 질환인 말라리아와 뎅기열의 감염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생태계 파괴는 한국인의 밥상 문제로 직결된다. 기후 재앙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쌀, 밀, 옥수수, 콩, 보리 등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21.7%에 불과해 세계 꼴찌 수준이다. 곡물뿐만 아니라 김치의 주요 재료인 고춧가루는 이미 70%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도 현재의 기후 재앙이 지속될 경우 2090년쯤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30년 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산 김치를 먹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된장찌개, 비빔밥, 떡볶이 등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우리 식탁의 먹거리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 지정되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다양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발 압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서식지 환경 변화의 근본 원인인 기후 재앙을 막아야 한다. 탄소중립을 빠르게 달성하여,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과학적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의 50% 이상 줄인 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현재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는 24.4% 감축으로, 유엔과 과학계가 제시하는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시작된 기후 재앙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자세를 갖게 되도록 시민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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