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세계 2위인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24) 선수가 화제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그가 “경기 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사카는 출석이 의무화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반복된 것이 많고, 특히 경기에 졌을 때 하는 인터뷰는 쓰러진 사람을 발로 차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프랑스 오픈 조직위원회는 30일(현지시각) 오사카가 1회전(128강)을 통과한 뒤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자 1만5천달러(약 160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또 “자꾸 위반하면 퇴출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윔블던, 유에스(US), 호주 오픈 등 다른 메이저 테니스 조직위도 프랑스 오픈 조직위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메이저 대회 퇴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대 스포츠는 미디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기구의 수입에서 방송 중계권이 차지하는 몫은 절반을 넘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우 중계권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 스폰서 유치나 관중 유입, 종목 홍보 등에서도 미디어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프랑스 오픈 우승자가 받는 상금 140만유로(약 19억원) 역시 미디어가 만들어낸 현대 스포츠 지형에서 나온다.
이런 까닭에 많은 테니스 선수들이 오사카의 의견에 존중을 표하면서도, 또 인터뷰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사카의 인터뷰 거부 선언은 선수와 미디어, 선수와 스포츠기구의 소통 문제도 보여주고 있다. 소통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단순히 언어를 교환하는 게 아니라 그 언어의 진실성, 정당성, 진정성을 확인하고 실행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오사카는 미디어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프랑스 오픈 조직위나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는 에스엔에스(SNS)에 불만을 제기한 오사카의 소통 방식에 불신을 표하고 있다.
오사카가 프랑스 오픈 2회전을 앞두고 입장을 바꿀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사카는 일단 벌금 징계에 대해 “변화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글로 대응했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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