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범시민 대책위원회 1인시위 현장. 권영란 제공
| 권영란 진주 <지역쓰담> 대표
아침 출근 시간이다. 시내 몇몇 장소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들이 차창을 열어 다시 본다. 피켓에는 ‘부일·부산교통 운전자 임금 부당 미지급/ 2년 6개월간 27억원!’이라 적혀 있다. 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범시민 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다. 진주시로부터 지원받은 버스기사 인건비를 표준운송원가대로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임금 착취’라 했다. 특정 시내버스 업체가 2년6개월 버스기사 인건비 27억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지원한 인건비를 버스기사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업체가 꿀꺽한 것이다. 한마디로 ‘착복’이다.
진주시 시내버스 업체는 삼성, 시민, 부일, 부산교통 네 개다. 해당 업체인 부일·부산교통은 경영주가 아버지와 아들 직계인 업체이다. 이들 업체의 버스기사 임금은 다른 업체 버스기사보다 연봉 1천만원이 적다. 그럼 당장 “버스 노동자들이 그런 부당한 처우에 가만히 있냐?” 질문할 수 있겠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 노조는 사실상 유명무실이라 단체협약을 해도 회사 요구대로 운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진주시 표준운송원가는 사전 총액제라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1년 운영을 확인하고 사후 지원하는데, 진주시는 1년치를 사전에 지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내버스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진주시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주시는 오히려 ‘인건비 절약은 경영을 잘한 것’이라며 해당 업체에 손을 들어주었다. 진주시장과 해당 버스업체 경영주는 친인척이다.
범시민 대책위는 해당 버스업체의 전횡을 막고 시내버스가 시민의 안전한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주시 지원제인 사전 총액제보다는 사후 표준운송원가가 현실적인 지원책이라고 말한다. 또 시내버스 지원금을 촘촘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집행부와 의회, 버스업체, 시민·이용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중교통정책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버스행정을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운영 실태는 진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어느 지역이랄 것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버스업체가 그 지역의 권력가인데다 수십년 동안 독점·전횡을 일삼기 때문이다. 버스업체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제외되며 표준운송원가에 따른 지원을 받고 있다. ‘표준운송원가’란 시내버스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연료비, 차량정비비, 보험료 등의 비용을 포함해 시내버스 1대당 1일 운행 총비용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지원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중요한 근거이다.
시내버스는 다수의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정규 노선과 시간 계획에 따라 운행되고 있으며 요금을 지불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마을이 있고 이용하는 시민이 있고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으면 버스는 운행 가능하다.
하지만 부당 대우를 받는 버스기사에게서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시내버스가 교통약자를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버스업체 운영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고, 노선 개편은 물론 저상버스 증차 등 시민 편의를 위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협약·지침 제정, 표준운송원가 산정 등에 따른 관련 조례 개정 및 제정이 먼저겠다.
진주시의 현실은 갑갑하지만 이웃 지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반갑다. 며칠 전 순천시가 민·관·업체 협의로 중·고등학생 청소년을 위한 ‘100원 시내버스 요금’을 발표했다. 말만 들어도 참 신나는 정책이다. 시내버스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