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김신조 일당이 넘나들었다던 그 길에서, 나는 보았다. 단검으로 ‘군사제한구역’ 팻말의 글씨를 지우는 러닝셔츠 바람의 병사를. 그곳은 이제 군사제한구역이 아니었고, 간첩은 반공을 설파하는 목회자가 되었다. 간첩이 죽이려던 대통령은, 주지육림 안에서 부하의 총탄에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박정희는 전두환으로 살아 돌아왔고, 노태우로 생을 이었다. 우리는 오늘도 살아 숨쉬는 그를 본다. 유신이 꿈꾸었던 것은, 바로 그것, 불사신이었다.
노순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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