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도시의 두 얼굴
도심 한복판 고층 건물들 사이로 초라한 건물이 눈에 띈다. 녹색 페인트칠은 흉물스럽게 벗겨지고 건축물의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다. 80여년의 역사를 쓰고 있는 이 노쇠한 아파트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니 빨랫줄에 걸려 있는 노란 스웨터만 유독 유쾌해 보인다. 봄빛은 바로 건너편 신축 빌딩들 위에서 반짝이는데 이 노쇠하고 초라한 아파트 옥상에서는 빨래에만 봄이 왔다.
고현주/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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