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이 민주노총 소속 제빵·카페기사들에게 한국노총으로 소속을 옮기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사의 소속을 변경시킨 중간관리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1일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회사를 고소했다. 주장이 사실이면 묵과할 수 없는 ‘노조 파괴 공작’이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히는 게 급선무다.
노조가 공개한 한 중간관리자의 증언을 보면, 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3월께부터 시작됐다. 아침마다 중간관리자들을 모아놓고 민주노총 탈퇴 결과를 공유하고, ‘실적’을 올린 사람을 치하했으며, 많게는 탈퇴 노조원 1명당 5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했다고 한다. 소속 노조에 따른 ‘승진 차별’도 노골적이었다고 한다. 노조는 3월 말부터 한국노총 소속 노조(피비파트너즈 노조)가 매달 말 민주노총에 100여명씩 탈퇴서를 보내 6월 말까지 파리바게뜨지회 탈퇴자가 4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우연한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
에스피씨는 2017년 9월 제빵기사 등에 대한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110억여원 미지급 문제가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다. 에스피씨는 지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이듬해 1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 등 5천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해결책을 내놨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징계와 노사협의체 구성 등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노노 갈등 조장을 통한 ‘노조 파괴 공작’까지 벌였다면 3년 전 우리 사회와 맺은 약속을 깡그리 걷어찬 셈이다.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경쟁력인 이때, 사회적 신의를 저버린 기업의 미래가 밝기는 어렵다.
노조 파괴 공작은 1970~80년대 노동자에 대한 ‘백색 테러’를 거쳐 2000년대에는 ‘창조컨설팅’으로 상징되는 프로젝트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친기업 노조’ 설립을 통한 간특한 수법도 끝내 법에 의한 단죄를 피해 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유물이 됐어야 할 이런 수법이 일부에서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택배사들이 대리점주를 통해 한국노총 소속 ‘제2 노조’ 설립에 개입하고 민주노총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소속 변경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노총도 어느 면에선 피해자다. 자신들을 나쁜 목적에 이용하는 일부 기업의 행태를 한국노총도 묵과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