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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 대통령 공약 무색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후퇴

등록 2021-07-09 18:01수정 2021-07-10 02:32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입법 단계에서부터 ‘종이호랑이’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데 더해,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정부 시행령마저 핵심 내용을 빠뜨린 채 9일 입법예고됐다. 우려됐던 대로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 등을 이 법이 정하는 직업성 질병에서 제외했을 뿐만 아니라, 김용균씨를 비롯한 많은 산재 사망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1인 작업’ 방지책도 명확하지 않다. 이대로라면 중대재해법이 아예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시행령 안을 보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 등을 갖추기 위해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을 뿐 ‘단독수행 불가 업무’를 못박거나 ‘2인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등 명확한 규정이 없다. 시행령조차 이렇게 모호하면 사고가 났을 때 적정한 조처를 했는지 여부를 두고 책임 회피와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게 뻔하다. ‘나홀로 작업’으로 인한 비극을 그만큼 겪고도 이에 대한 방지책을 시행령에 분명히 담지 못했다니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할 만하다.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관리 비용 등의 적정 수준을 명시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광주 건물 붕괴와 같은 철거 현장 사고를 중대 시민재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해 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안에 500명대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여전히 연간 800~900명의 시민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법이 미흡한 것은 국회 탓으로 돌린다고 해도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마저 이렇게 허술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 실행 의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는 다음달 2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동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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