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22일 오전 경남 밀양시 밀양역 부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안전관리 소홀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체에 법정 최고액의 벌금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내년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법원이 이 같은 사고에 대해 엄벌 의지를 보인 의미 있는 판결이다.
2019년 경남 밀양시 밀양역 근처에서 선로 보수 작업을 하던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이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작업 현장은 열차감시원 2명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인원 부족을 이유로 600m 떨어진 곳에 감시원 1명만 배치한 상태였다. 또 현장 소음이 100㏈(데시벨)을 초과했는데도 최대 음량이 85㏈에 불과한 무전기로 신호가 이뤄졌다. 결국 열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고 감시원이 경고를 했지만 이를 듣지 못한 작업자들이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지난달 31일 이 사건 판결에서 “철도공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했다”며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되기 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것으로, 사업체에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의 최고 형량이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벌금 상한액이 10억원으로 늘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5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장 등 관리 책임을 물어 기소된 개인 4명에게도 징역 1년~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씩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형량 자체를 떠나 산업재해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인식과 접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산업현장의 구조적, 총체적인 안전조치 결여로 인해 작업 현장에 내재한 고도의 위험이 현실화해 근로자가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하기도 했다. 지난달 광주지법은 폐자재 처리 공장에서 파쇄기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재순씨 사건과 관련해 사업주가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하고도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이 한층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법을 집행하는 검경과 법원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 일터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죽음의 고리를 끊기는 어렵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심판자인 법원이 엄정한 법 적용 의지를 계속해서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