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9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지난 6일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 홍정운군을 추모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장실습생 홍정운군의 사망 사고가 실습업체에 대한 느슨한 평가와 감독에서 비롯됐음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업체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 못지않게 당국이 규정 자체를 완화한 탓이 크다.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뒤 관련 규정을 엄격히 강화했던 것이 불과 4년 전인데, 그새 예외규정이 늘어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규정을 강화할 때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의 후과가 4년 뒤 비극으로 나타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0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홍군의 학교는 지난달 16일 학교현장실습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수상레저업체에 대한 적격 여부를 심의해 통과시켰다. 전담 노무사 등 외부 위원 3명을 뺀 채 교사 6명만 참석했다고 한다. 산업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낮은데다 취업률에 신경 써야 하는 교사들끼리만 심사를 한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현장실습운영위에 소위원회를 두고 약식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교육부는 2019년 1월 현장실습 대상을 ‘선도기업’에서 ‘참여기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선도기업은 노무사가 동행한 현장실사 뒤 선도기업협의체의 승인과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최종 인정을 받아야 하고, 실습 기간에도 노무사가 현장점검을 해야 한다. 참여기업은 이런 규정이 학교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렇게 규정을 하나둘 완화한 결과, 오늘도 ‘또 다른 홍군’들이 ‘교육’이라는 명분에 가려진, 목숨 건 저임금 노동에 내몰려 있다.
이런 배경에는 규정을 충족하느니 실습생을 받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태도가 있다. 실제로 현장실습과 취업에 어려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4년 전에 학생 등 현장 사정에 밝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더라면 현실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거라 본다. 교육부가 공동조사단을 꾸려 개선 방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재정 투입을 비롯해 실습 현장에서 학생 안전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