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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변희수 하사 판결’에 반성 않고 항소하겠다는 국방부

등록 2021-10-21 19:03수정 2021-10-22 02:35

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 뒤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고 변희수 전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한 전역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군당국이 이 판결에 대해 끝내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판결을 받아보기도 전에 변 전 하사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것만으로도 만시지탄이 나오는데, 군이 항소를 하고 다시 기나긴 재판을 이어간다면 유족의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일이며 정의의 실현을 더 지체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20일 “1심 판결을 존중하며,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면 그 취지를 받아들이고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면 그만이다.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선해하면 앞으로 법적 논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명확한 판례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게 올바른 해법이고 군의 책임이다. 또 성전환 장병의 군 복무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상급 법원의 판단에 기대겠다는 것은 국방부와 군이 타율에 젖어 있는 무능한 조직임을 고백하는 꼴이다.

이미 지난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전환 병사의 강제 전역이 인권침해라고 밝혔는데도 군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도 핑계일 뿐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변 전 하사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군의 아집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가 변 전 하사가 숨진 뒤 7개월여 만인 지난 20일에야 처음으로, 그것도 항소 방침을 밝히는 날 변 전 하사에 대한 애도를 표명한 것만 봐도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 병사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기관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군이 법무부에 지휘 요청을 하면 법무부가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항소 시한은 22일이다. 법무부는 군의 잘못된 판단에 휘둘리지 말고 인권의 원칙에 기반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참모회의에서 “항소는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청와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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