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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해소할 정책 경쟁을

등록 2021-11-08 18:21수정 2021-11-09 02:34

주거불안·투기공화국 탈피책 주목
불평등 대응할 사회안전망도 기대
정책 토론, 후보자 진정성 보여줘야

내년 3월 제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내년 3월 제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이유는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국정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바람과 요구가 투표 결과를 좌우하지 못한다면, 선거는 그저 새 대표자를 뽑는 주기적인 행사에 불과하게 된다. 선거가 진정 민주주의의 꽃이려면, 후보자 간 치열한 정책 대결의 장이어야 한다.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해묵은 난제에다, 2년에 걸친 코로나 대유행이 던진 새로운 숙제들을 마주한 채 치르는 까닭에 더욱 그렇다. 여야 후보자들은 당면 과제에 대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

‘주거 불안’ 해결을 핵심 과제로 하는 부동산 정책은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이어, 2020년 초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채택한 초저금리 탓에 폭등한 집값은 집 없는 이들과 청년의 앞날을 암담하게 하고 있다. 소득에 견줘 월세는 너무 비싸고, 전세도 거액을 빌리지 않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임대료와 집값을 안정시킬 정책을 시민은 갈구한다. 노동의 대가는 싸고 집값·땅값은 턱없이 비싼 나라, 자원과 에너지를 집과 땅이 빨아먹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부동산 투기 공화국’에서 벗어날 중장기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여야 후보가 관련 공약을 이미 발표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

우리 경제가 오랜 세월 누려온 고성장의 그늘은 여전히 매우 짙다. 그늘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악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소득 격차는 매우 커졌고, 빈곤율은 선진국 가운데 매우 높은 편이다. 후보들의 정책에서 빈곤과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고 싶다. 창의적인 대안들을 내놓는다면 더 좋겠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소득 증가에 견줘 가계 소득 증가가 미진했고, 가계 부채까지 누적돼 민간소비는 늘 부진하다. 그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주요한 성장정책이다. 고용을 활성화하고 고용의 질을 높여야 좋은 성장이다. 화려한 수치로 포장한 꿈같은 이야기 말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른바 ‘코로나 불평등’을 불러왔다. 정보통신기술 기반 비대면 활동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제주체들 사이에 득실이 극명하게 갈린다. 시장 지배력이 큰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이익이 쏠리고,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척될수록 명암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 소득을 그다지 기대하기 어려운 가난한 노인, 오랜 기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청년,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산업 부문의 노동자, 서비스업의 기업화가 촉진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나는 자영업자 등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국가의 구실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보고 싶다. 구성원들이 불안에 허덕이고, 구성원 간 갈등이 심한 사회에선 사람들이 행복할 수도 없지만, 안정적인 경제 성장도 어렵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 대응해 실시한 초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계층 간 자산 보유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자산 소득의 비중이 커진 까닭에, 자산 격차는 계층 간 기회의 불평등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자산이나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부의 상속에 대한 과세에 대해 후보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주목한다.

후보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포장만 화려한 공약은 유권자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 단칼에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었다면, 여태 감춰져 있었을 리 없다. 특정 계층의 환심을 사려고 나랏돈을 펑펑 쓰겠다는 정책은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걸러야 한다. 그런 정책은 나라에 짐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의 정책 공약을 베껴 내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경쟁자의 공약을 좋게 평가하고 당선하면 채택하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살짝 베껴 내는 것은 진정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사상 유례없이 많은 정책 토론이 이뤄지는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토론은 공약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지, 어느 후보의 정책이 더 좋은지 유권자와 전문가, 언론이 판단하고 평가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후보자의 식견과 정책 리더십만이 아니라, 후보자가 이 나라의 현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왔는지도 보여줄 것이다. 어설픈, 잘못된 정책을 골라내고 선거 뒤 문제 해결의 정치가 펼쳐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말만 무성하고, 정작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를 경험해왔다. 이번 선거가 그런 비생산적인 정치와 작별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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