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사진은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부부가 함께 참석한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의혹을 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6일 밤 구속됐다. 권 회장과 함께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씨 등 3명은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다. 게다가 이 사건과 김건희씨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주가 조작 ‘선수’ 이아무개씨가 지난달 2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가 최근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사건 관련자들 모두 구속·기소된 만큼 이제 김건희씨 조사도 불가피하다. 애초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계기도 김씨가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였다.
법원은 권오수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이던 2009∼2012년 이씨 등과 공모해 주식 1599만여주(636억원 상당)를 불법 매수하는 등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씨는 권 회장한테서 소개받은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맡겼고 이 자금이 주가 조작에 사용됐다. 김씨가 이른바 ‘전주’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건희씨는 이밖에도 도이치모터스와 수상한 거래를 해왔다.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여주를 헐값에 넘겨받아 막대한 이득을 봤다. 또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3년 설립한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여 5대 주주가 됐다. 도이치모터스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2015~2017년 전시회에 협찬금을 내기도 했다. 검찰은 권오수 회장의 구속영장에서 “코바나컨텐츠 협찬금과 관련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와 권 회장이 긴밀한 유착 관계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후보 쪽은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주식 전문가라고 소개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한 것인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해명했으나, 김씨와 권 회장의 지속적 거래에 대해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법망을 피해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이 사건은 2013년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다가 석연찮게 중단한 뒤 묻혀졌다. 지난해 4월 의혹 제기와 고발이 이뤄져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던 동안에는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윤 후보의 총장 사퇴 뒤 몇달 만에 첫 구속자가 나오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권오수 회장까지 구속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수사 진척 속도에 비춰보면, 그다지 복잡하거나 범행을 입증하기 힘든 사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과거의 경찰 내사나 지난해 검찰 수사가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무산되거나 지연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검찰은 이런 맥락을 분명히 인식하고 엄정한 태도로 남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김건희씨가 주가 조작 범행을 알고도 자금을 댄 것인지, 권오수 회장과 불법적 거래가 있었는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한치의 의구심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직전 검찰총장의 가족이라고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이라는 점이 수사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검찰권 행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