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가 추월을 하려는 황대헌(24) 선수의 다리에 손을 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KBS 뉴스 화면 캡처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판정 시비는 늘 있어 왔고, 주최국의 텃새가 작용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7일 밤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24) 선수와 이준서(22) 선수가 연속해서 ‘레인 변경’ 등 반칙 판정을 받아 탈락하는 모습을 TV 중계로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는 게 아니다. 특히 황대헌 선수의 반칙 판정은 이해할 수 없다. 황 선수는 4바퀴를 남겨놓고 앞서가던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해 선두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수들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느린 화면을 보면, 오히려 중국 선수가 황 선수 다리에 손을 대는 장면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경기 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두 선수에 대한 반칙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8일 오전에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며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 말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정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며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준결승에서 탈락한 남자 1000m 결승에서 헝가리 선수 류 샤오르 샨도르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반칙 판정을 받았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단 한번도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경쟁 선수들을 실격시킨 판정 덕분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헝가리 대표팀도 국제빙상연맹에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5일 열린 2000m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는 중국 선수가 헝가리와 미국 선수에 이어 3위로 통과했지만, 미국 선수가 반칙 판정을 받아 탈락하는 바람에 대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중국 선수들이 바통 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심판진은 문제삼지 않았다.
땀 흘린 노력과 공정한 경쟁이 스포츠 정신이며 스포츠를 통해 국제 평화를 증진하는 게 올림픽 정신이다. 개최국 중국은 이런 정신을 살리며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편파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4년 동안 흘려온 땀과 눈물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