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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선 보장’이 먼저다

등록 2022-04-06 18:39수정 2022-05-09 17:08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류기정 전무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류기정 전무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년 1년간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1차 전원회의가 지난 5일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사용자위원 쪽에서 또다시 제기됐다고 한다. 사업주의 임금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은 최저임금 문턱을 아예 낮춰 주자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최저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재계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요구를 내놓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임위가 열릴 때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기간에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역별 차등 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 불가능하지만,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건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되, ‘사업의 종류(업종)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최저임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익위원들 가운데 일부가 정권 교체 이후 달라진 기류를 의식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엔 27명의 최임위원 중 15명이 반대해 차등 적용이 부결된 바 있다.

비록 법에는 규정돼 있지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사용자위원들도 지금껏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최임위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티에프(TF)도 이런 이유를 들어 차등 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차등 적용이 이뤄진 것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한 차례뿐이다.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와 같은 발언이 대표적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우려를 쏟아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6일 “최저임금이 지난 5년간 급격히 인상돼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경제에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수위가 언급한 ‘개선’이 노동자의 ‘최저선’ 후퇴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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