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18개 부처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날 발표된 두 후보자는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내각 전체의 세대·성·지역 편중 현상을 바꿔놓진 못했다. 신선한 인물의 발탁이나 새로운 내각의 철학을 상징할 만한 인사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 바람과는 거리가 먼 ‘마이 웨이 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예고한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1차 발표 때 윤 당선자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도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지역, 세대, 남녀 등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최종 결과 역시 ‘균형’과는 거리가 먼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 내각이었다. 한덕수 총리 후보를 포함해 19명의 평균 나이는 60살 이상이고,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서울 4명, 경남 3명인 반면 광주·전남은 한명도 없다. 19명 중 서울대 출신이 10명, 그중 절반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검찰총장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윤 당선자의 ‘내 맘대로’ 인선 방식에 따른 것이다. 그는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사람”이 인사의 기준이라고 공언했지만 정작 첫 내각은 ‘잘 아는 사람’ ‘같이 일해본 사람’으로 채워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고교-대학 직계 후배, 보건복지부 장관에 ‘40년 지기’, 통일부 장관에 사시 공부를 같이 한 선배를 지명한 데서 보듯 공적 평가보다 사적 인연이 도드라져 보였다. 그렇게 고른 일부 후보자는 윤 당선자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이해충돌 의혹으로 언론의 검증대에 올랐다. 공직 경험이 있는 후보자 역시 과거 보수 정부에 편중돼 있어, 윤 당선자가 일성으로 내놨던 ‘국민통합’이란 말이 무색하다. ‘한동훈 법무’ 지명을 강행한 것은 ‘야당과의 협치’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모든 공식 일정에 불참함으로써 첫 내각 인선 결과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윤 당선자가 안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열어 봉합에 나섰지만,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선언했던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공동정부 구성을 내팽개친 것까지 가릴 수는 없다. 인선 발표를 하는 윤 당선자 뒤에 걸린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글귀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