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5~26일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연기를 요구했다. 총리 인사청문특위 소속 두 당 의원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 후보자 쪽이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과 인사청문 일정 재조정을 위한 협의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국회의 검증 자료 요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예정대로 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당은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사청문회에 불참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검증할 인사청문회가 불성실한 자료 제출 때문에 하나 마나 한 요식행위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시에 여야 한쪽이 빠진 채 열리거나 장기간 열리지 못하는 파행으로 흘러가서도 안 된다. 여야가 신속히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 쪽이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식물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인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부동산·관세 관련 자료 30건을 요구했는데, 후보자와 배우자 미동의로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에 대한 자료 요청이 과거 인사청문회 때의 서너배에 이른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맞섰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하기 바란다. 지난 3일 한 후보자가 지명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거액 고문료 논란을 시작으로 갖가지 의혹이 터져나오며, 과연 총리 적임자인지에 대한 국민의 의문이 커진 상황이다. 그가 앞서 2002~2003년에도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헤지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에 도움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2007년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진 사안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번에 또 고문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원점에서 검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가 피트니스클럽 무상 이용과 화가인 부인의 대기업 그림 매각 경위 등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다 말하겠다”며 구체적인 소명을 피해왔다. 그래 놓고 정작 국회의 자료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면 한 입으로 두말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자료를 내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