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은 28일 오전 대구시 중구 경북대교 의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두 자녀의 의대 편입과 병역 판정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준비단은 이달 11일부터 기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보도 설명’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정 후보자 관련 보도에 대한 ‘설명 자료’들을 모아 놓은 게시판이다. 29일 현재 58건의 자료가 올려져 있는데, 해명해야 할 의혹이 오죽 많으면 이런 게시판을 만들었을까 싶다.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을 유형별로 총정리한 전날 자료에선 언론 보도의 오류, 주요 사실 누락, 과장 등을 탓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누가 뭐라든 내 갈 길 가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정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를 들먹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한 인사다. 자녀 입시와 병역은 우리 국민들이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인데, 거듭되는 해명에도 의혹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그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잇달아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쓴 동료 교수 4명이 편입 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서류전형과 구술면접에서 5차례나 최고점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이 딸이 치른 2017학년도 의대 편입시험에서 9개 국립대 의대 가운데 구술면접을 실시한 곳은 경북대가 유일했다고 한다. 구술면접은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는 ‘정성평가’로 분류된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2급(현역)에서 4급(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신체검사 판정이 바뀌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근무하는 경북대병원이 발급한 진단서를 활용해, ‘아빠 찬스’를 통한 병역 회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당선자와 정 후보자는 싸늘한 여론에 귀를 닫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부정의 팩트가 없다’, ‘도덕적·윤리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 이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조국 사태’와 견주면 ‘내로남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민심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구조 때문임을 모른단 말인가.
윤 당선자는 인사청문회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 후보자의 경우는 청문회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스스로 물러나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