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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익위, 총리의 로펌활동 ‘2줄 신고’에 적극 대응해야

등록 2022-07-03 18:28수정 2022-07-04 02:40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로펌 고문 시절 업무내용을 단 두 줄만 적어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해충돌방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월19일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1호 신고 대상자인 한 총리의 부실 제출이 고위공직자들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권익위가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로펌·대기업 등의 대정부 로비 폐해를 막고자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3년 이내의 민간 활동 내역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한 총리는 국회 인준청문회에서 김앤장의 ‘영업비밀’이라며 자세한 활동 내역 제출을 회피했는데, 법 시행 이후 임기를 시작한 만큼 이 법에 따라 제출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 총리는 법 조항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출은) 법률에서 정한 대로 할 것”이라면서도 “법률에서 정한 게 언론이 보기에 충분한지는 언론의 아규(논쟁)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 제8조는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라는 제목하에 ‘고문 등을 한 경우 그 업무 내용’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에선 제출 사항으로 ‘기관명·소재지·활동기간·담당업무’를 적시하고 있다. 한 총리가 국제통상 및 국내 경제정책 관련 변호사 자문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적어낸 게 이런 법 문구대로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법의 제정 취지는 민간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사항을 신고해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막고 이를 공개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한 총리처럼 신고해서는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조차 할 수 없는 만큼, ‘법대로’ 신고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벌써 다른 공직자들도 한 총리를 따를 조짐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한국약제학회 회장 활동을 ‘학술행사 및 학회 운영 총괄’이라고 한 줄로 적어냈다. 이 법은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업무활동 내역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변호사법상 비밀유지 의무를 갖는 변호사 출신들은 아예 업무 내역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이 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 총리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권익위는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구체적인 작성지침을 만들고, 기관장들은 권익위에 직접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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