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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지 확대 기조 꺾어놓고 ‘따뜻한 나라’ 될 수 있나

등록 2022-08-30 18:05수정 2022-08-31 02:39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담아 처음 짠 내년 예산안이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따뜻한 나라, 역동적 경제, 건전한 재정’을 표방했는데, 복지 지출 증가를 극도로 억제해놓고 약자에게 따뜻한 예산이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령화와 소득·자산 격차 확대 속에 민간소비 부진이 우리 경제의 수렁임을 고려하면 이를 보완하는 정부 지출을 억제하면서 대기업 감세로 역동적 경제를 일군다는 주장도 공감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63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5.2% 늘려 잡았다. 올해 두차례 추경을 거친 총지출에 견줘서는 6% 줄어든 것이다. 총지출 증가액 31조원 가운데 지방정부에 이전하는 22조원을 빼면 중앙정부 가용재원은 9조원(1.5%) 증가에 그친다.

이렇게 빠듯한 총액 한도 아래서 병사 봉급 인상, 만 0살 어린이 양육 가구에 월 70만원의 부모급여 지급, 청년원가주택 공급 등 주요 국정과제 첫해 소요를 반영하니 11조원이 들어갔다. 그래서 재원 마련을 위해 코로나 대응 예산 감축을 포함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담긴 사업 예산들을 대거 삭감했고, 지역사랑상품권 국고보조금은 전액 삭감했다. 정치적 고려에 너무 치우친 것 아닌지 국회가 잘 심의할 필요가 있겠다.

고성장의 그늘을 치유·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회복지 예산은 205조8천억원으로 5.6% 증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평균 10.4%)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평균 7.5%), 박근혜 정부(7.7%)에 견줘서도 증가율이 매우 낮다. 56%를 차지하는 의무지출은 11% 늘어났지만,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이나 연금액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것을 복지 확대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재량지출은 5.4%나 줄었다. 내년 예산안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폭우에 사망자가 발생한 반지하 주거를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던 게 엊그제인데, 무주택 서민과 반지하·쪽방 거주자의 주거 상향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청년원가주택 등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 재원을 확보한다며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출하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6445억원(25.1%)이나 삭감했다. 뒷일이 걱정스럽다.

내년 예산안은 재정적자 비율을 낮췄다는 점에서 건전 재정을 표방했다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 재정은 흑자가 능사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적자를 감수하고 쓰는 쪽이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내년에 경기 후퇴 가능성이 높다는 건 다 아는 일인데, 그때 가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짜겠다고 나서면 어리석다거나 거짓말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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