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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수본 수장도 검사 출신, ‘검찰 공화국’ 우려 안 들리나

등록 2023-02-24 18:38수정 2023-02-24 18:49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제공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가수사본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1월 출범한 조직으로, 본부장이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초대 본부장은 경찰 출신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권한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마저 검찰 출신이 지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 공화국’의 한 단면이라 할 만하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달 이뤄진 본부장 공모에 경찰 출신 2명과 정 변호사 등 3명이 지원했는데, 윤희근 경찰청장은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수사본부도 결국 검찰에 ‘접수’될 것이라는 세간의 의구심이 단지 기우가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던 수사구조개혁팀을 폐지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수사권 조정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의 위상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검찰은 예전의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대폭 늘렸다. 국회가 법률로 줄여놓은 검찰 수사권을 ‘시행령 꼼수’로 되살린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최근에는 법무부가 경찰의 모든 송치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수완복’(검찰 수사권 완전 복원)이 단지 비유가 아님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핵심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검찰 직할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여럿 등용해 ‘검찰이 통치하는 나라냐’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수사권의 한 축인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기구의 수장 자리까지 검사 출신을 앉히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마저 깨뜨린 처사이자,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근본 취지를 몰각한 행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쪽짜리’ 검찰개혁마저 무위로 돌리려는 ‘검찰 정권’의 역주행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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