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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탈세 불감증

등록 2005-02-16 19:13

[3판] 제화업체 등의 ‘상품권 탈세’ 전모를 밝혀나가면 나갈수록,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상품권 탈세는 은밀한 범죄 행위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그룹과 공기업, 그리고 중소기업과 개인들까지 지난 수년 동안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불법 판매를 이용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해온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국세청이 어떤 곳인가? 수많은 근로자들의 연말정산 서류에서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는 배우자 이중공제를 찾아내 수십만명에게 가산세를 물리지 않았나? 이런 국세청이 상품권 탈세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혹시 알고도 눈 감아준 게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더 큰 문제는 <한겨레> 보도를 통해 상품권 탈세 문제가 공론화된 뒤 감독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의원이 제화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자 “국세청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탈세 규모가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선진국일수록 탈세를 ‘중대 범죄’로 다룬다. 탈세는 국가 재정을 축낼 뿐아니라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탈세로 구멍난 세수까지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탈세를 적발하면 규모를 떠나 ‘일벌백계’로 다스린다.

국세청은 지금이라도 상품권을 불법 판매한 업체들과 이들 업체한테서 상품권을 사 세금을 탈루한 업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탈루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공정하고 엄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속에서 ‘조세 정의’는 한낱 구두선일 수밖에 없다.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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