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여당이 국제결혼 가정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한국 방문에 관심이 쏠린 때에 대책을 내놓은 게 꼭 좋아보이진 않지만, 정책 방향만큼은 환영할 일이다. 이런 대책은 벌써 나와야 마땅했다. 농촌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더는 ‘단일민족 의식’으로 따라갈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난 까닭이다.
차별금지법 같은 장치들이 혼혈인 차별을 없애는 첫걸음이 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법 제정으로 책임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이들에 대한 차별 의식이 사회 전체적으로 뿌리 깊은 만큼, 법 하나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긴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구석구석의 크고작은 차별적 관행을 찾아 바꾸는 노력이다.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교육이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민족 사회에 걸맞은 교육 과정, 특히 새로운 관점의 역사 교육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관심을 혼혈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혼혈인 차별 철폐는 ‘우리’의 기준을 ‘다른 피가 섞였느냐’에서 ‘한민족의 피가 포함됐느냐’로 바꾸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민족의 피’가 기준이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다민족 사회에 대비하는 사고방식으론 적합하지 않다.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날 터다. 좋든 싫든, 언젠가는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웃’으로 인정하는 건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정에도 기여한다. 이는 혼혈인 차별 철폐를 앞당기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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