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비정규직 보호법안 제대로 만들라 |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관련법안의 2월 임시국회 강행처리 방침을 바꿨다. 여당의 제5 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의 대의원대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법안의 최종 처리 시기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방적 처리를 비판해온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자세 변화를 늦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칫 노-정 사이에 정면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시기를 늦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하려던 정부·여당에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은 물론, 시민사회 단체의 원로들까지 비판하고 나선 이유가 비단 시기 문제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안이 되레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결과를 불러올 게 분명하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파견업종의 전면 확대가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안을 마련한 노동부와 김대환 장관이 아직도 정부의 법안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목희 의원은 파견업종의 ‘점차적 확대’를 흘리고 있지만, 그 또한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과 실질적인 대화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현재 정부의 법안은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안보다 후퇴해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의 자세 변화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움직임과 민주노동당의 거센 반발, 그리고 ‘산업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한나라당의 ‘협조 거부’로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왔다. 따라서 처리 시기를 늦춘 것을 마치 ‘시혜 차원’으로 주장한다면,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원로들의 충고를 겸허하게 수렴하고 당사자와 실질적 대화를 통해 ‘보호’라는 말에 걸맞게 비정규직 법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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