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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 철저한 정체성 반성이 먼저다

등록 2006-05-29 19:30

사설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이래저래 꼴불견이다. “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는 눈물 작전으로 집권 여당의 있는 체면 없는 체면을 다 구기더니, 이제는 지방선거 성적표를 손에 쥐기도 전에 정계개편론을 놓고 내부에서 치고 받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며칠 전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경남지사 후보에 출마한 김두관 최고위원은 그제 “극복해야 할 구태의 역사이며, 퇴보일 뿐”이라며 정 의장이 당을 떠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선거에 앞서 이런 자중지란이 득표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본인들이 따질 문제이지만, ‘100년 가는 정당’을 지향한다고 해 온 집권 여당의 혼선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 존립을 의심할 정도로 심각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은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추태”라고 논평했겠는가.

제대로 된 민주 정당이라면 비록 선거 결과가 매우 나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집계가 나올 때까지는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기가 질 것 같다고 해서 판을 깨려거나 네 탓 논쟁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멱살잡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현재 모습은 마라톤 경주에서 1등이 어렵다고 중도에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골찌에게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것은 깨끗한 패배를 인정하는 민주적인 자세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벌이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등의 자세를 본받기 바란다.

더구나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는 민주세력 연합론 등 정계개편론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정치발전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의 조합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단순간에 차지하겠다는 정치공학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3당 합당부터 시작된 정치공학적 정계개편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 불과 2년 반 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던 정당을 지역주의 정당이라며 스스로 허물고 나온 마당에 이제와서 두 당을 다시 단순하게 합치자는 것은 정치적 명분도 없다. 정계개편을 진정으로 얘기하려거든 정치철학과 정책부터 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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