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31 지방선거 패배 뒤 열린우리당이 지도체제 구성과 정책 방향을 놓고 갈지자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선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지도체제 하나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는 전당대회 차점자인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아예 당 해체론까지 주장한다. 좋게 말하면 백화쟁명이요, 거칠게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열린우리당이 비상기구를 꾸리든 말든, 또 당 최고책임자가 누가 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당 내부 문제이긴 하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혼선으로 빚어질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내부 정비를 끝내고 국회 운영과 함께 일관된 정책 추진 등 여당 본연의 구실을 하기 바라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새 지도부 구성 등 내부 정비를 하는 과정과 논의를 보면 당내 계파별 다툼 등 사소한 이해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탓 논쟁’을 내세워 실용파니 개혁파니 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데 더 신경쓰고 있다. 김혁규·조배숙 두 최고위원이 당내 중진들의 만류에도 사퇴한 것도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거부하는 뜻이 있어서라고 한다. 누가 비상대책위를 맡을 것인지를 두고도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당이 정말 제정신이 있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 지금이 한가롭게 당권싸움을 할 땐가. 지도체제는 당헌 당규가 정한 대로 하면 될 일이고, ‘구원투수’는 당원과 소속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서 결정해 따르면 될 일이다. 위기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는지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표류하는 배의 진로는 고사하고 후속 선장조차 정하지 못한 채 분란을 거듭해서는 열린우리당에 미래는 없다.
정책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를 놓고 일부에서는 전면적인 수정·보완을 외치고 있고, 일부에서는 소폭 손질을 주장한다.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이미 시행 중인 주요 정책을 두고 불쑥불쑥 의견을 내놓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오락가락을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제발 진중하게 고민해서 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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