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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조 공략 술책을 가르치는 정부

등록 2006-06-16 07:16

휴직 중인 정부 관리가 공무원 노조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노사관계 실무 교육이 말썽을 빚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지방 공무원 대상 교육에 강사로 나와 발언한 내용이 가관이다. 이 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조를 상대로 어떻게 공작을 펼칠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노조는 ‘빨갱이’이고 제대로 대응하려면 첩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식의 교육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일선 공무원들을 이렇게 교육하면서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운운하는 건 기만일 뿐이다.

공무원 노조 쪽이 공개한 강의 녹취록을 보면, 교육부로 곧 복귀할 거라는 이 강사는 전교조를 “까놓고 말하면 아주 질이 나쁘다”고 헐뜯더니, “노조는 막말로 빨갱이다”라고 단정한다. 노조를 보는 기본 시각이 이러니 강의 내용이 ‘어떻게 하면 노조를 말썽 없이 잘 다룰까’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 강사가 조언하는 첫째 대응책은 버티기다. “공무원 노조가 하는 것은 10년 동안 교섭 안해도 정부 돌아간다. 다급한 것은 노조다. 능글맞게 듣기만 해도 최고의 협상가가 된다”는 것이다. 또 “이 소리 했다가는 부당노동 행위라고 하겠지만 첩자가 필요하다”, “예산과장 있으면, 노조 담당자에게는 돈 많이 줘야 한다. 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발언은 명백한 부당노동 행위 선동이다.

노조를 겪어본 적도 거의 없고 노동법도 잘 모르는 공무원들에게 이런 식의 편견을 주입시키니 앞으로 정부와 공무원 노조의 관계가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불성실한 교섭, 시간끌기, 노조 내부 정보 캐내기, 노조간부 매수 시도 등 수십년 동안 악덕 기업들이 써온 수법이 정부 안에서도 반복될까 두렵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교육이 벌어지게 된 경위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 특히 교육 내용이 정부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해당 강사에게도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상대 노사관계 교육 내용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무원 노조 관련 법 내용이 무엇인지, 그 법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하면 안 되는지 가르치는 일이다. 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바람직한 노사관계 구축을 기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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