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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침햇발] 정명 퀴즈 / 박용현

등록 2006-07-02 19:42수정 2006-07-02 19:45

박용현 24시팀 기자
박용현 24시팀 기자
아침햇발
제나라 경공이 정치, 즉 모두가 잘 사는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법에 대해 묻자 공자가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게 되는 것입니다.” 정명(正名) 사상이다. 이름값을 못하면 임금이라도 갈아치워야 한다는 행간의 뜻이 삼엄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인이야 선거로 갈아치운다지만, 여전히 그럴 수 없는 이들도 있으니 이들에겐 걸맞은 이름이라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월요일 아침, 요즘의 화젯거리를 재료 삼아 바른 이름에 관한 퀴즈로 가볍게 한 주를 시작해 보자.

문: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이름을 보기에서 찾아보시오.

〈보기〉 ㉠현인 ㉡경제인 ㉢기업인 ㉣상인 ㉤장사치

1.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주 재산의 85%인 370억달러(35조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자선사업에 몰두하기 위해 2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 )

2. 삼성그룹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 등으로 비난 여론이 비등할 즈음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1조원 헌납 계획을 발표했다. ( )

3. 버핏 회장은 지난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시도를 “혐오스런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부의 왕조적 세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며 기회 균등의 이상을 유지하고 부유층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

4.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부터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거나 현행 상속세 제도는 기업 성장을 위축시키고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다면서 상속세 폐지나 완화를 공론화해 왔다. 그런데 요즘엔 좀 조용하다. ( )

5. 비슷한 시기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사설 등을 통해 상속세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누구를 거든 것일까. ( )


6. 맥도널드 창업자의 부인이자 상속자인 조앤 크록은 미국의 한 대학에 6910만달러를 기부해 ‘평화연구소’를 세웠다. 세계 각지에서 장학금을 받고 이곳에 와 연구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맥도널드와 같은 다국적기업에 비판적인 진보적 지식인들이다. 그리고 이 대학 구내의 유일한 햄버거 가게는 버거킹이다. ( )

7. 김밥 장사로 모은 50여억원을 충남대에 기증한 할머니, 20여년 요식업으로 마련한 60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경상대에 기증한 할머니…. 꺼림한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지도 않는, 오직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숭고한 뜻이 전부인 할머니들의 헌납 행렬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 )

공자의 말을 듣고 경공이 말했다.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아들이 아들답지 못하다면, 비록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일까. 우리 주위엔 아직도 결식하는 ‘새싹’들이 허다하다. 상속세도 피해가며 부모의 막대한 부와 지위를 물려받는 ‘황태자’들이 있는 한편, 부모한테 받는 것이라곤 방임이나 학대나 가난이 고작이어서 입신출세는 꿈도 못 꾸는 ‘꿈나무’들이 즐비하다. 챙겨주는 이 없어 숙제를 안 해간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자상한 보살핌 대신 공책을 던지고 따귀를 올려붙인다. 그런 선생님은 또 뭐라 이름할 것이며, ‘새싹’도 ‘꿈나무’도 아닌 저 아이들은 또 뭐라 부른단 말인가. 이름하여 ‘자유와 평등’의 이 나라에서.

박용현 24시팀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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