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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건설노동자 사태, 포스코가 중재력 발휘해야

등록 2006-07-17 18:05수정 2006-07-17 21:52

사설
포항지역 건설 노동자 1천여 명이 포스코 포항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엿새째다. 대부분 이미 환갑을 넘었거나 그에 가까울 정도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다.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할 때부터 이곳에 들어와 수십 년 일하면서 “우리가 이 도시를 건설하고 공장들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언론들은 대체로 예나 다름없이 포스코의 기계설비 건설이 중단되면서 하루 100억여 원씩 손실이 발생하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는 등 그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현실은 건설 노동자로 평생을 살아온 것에 대한 일말의 자부심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격한 투쟁방식을 탓하기에 앞서 이런 극단의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살펴야 한다. 죽음을 불사하는 극단적인 투쟁 방식은 대개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선택이다.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3500여 명은 지난 4월부터 임금 15% 인상, 하루 8시간 근무, 연장근로 금지, 주5일제 근무 시행 등을 요구하며 지역 건설업체들과 십여 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의 요구 사항 중 임금 인상을 제외한 내용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건설회사들은 “토요일 유급 휴일제를 도입하면 회사가 망한다”, “15% 임금인상을 할 경우 영세한 전문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불가피하다”, “경영권 인사권에 관한 사항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며 맞서 왔다. 포항제철소 안 공사장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공사 발주자인 포스코가 나서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판단하고, 포스코에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서 교섭에 나설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결국 본사 점거 사태로 이어졌다.

포스코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 다단계 하도급 문제로 말미암은 포항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되기 어렵다. 건설노조 쪽은 포스코와의 협의를 기대하고 있다. 유급제 주5일 근무와 외국인 노동자 사용 금지, 재하청 금지, 임금 인상 등 모든 요구조건에 대해서 양보할 수 있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포스코가 중재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법적 지위만을 따지며 발주자와 원청-하도급 업체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면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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