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호주제 폐지, 그 후에 할 일 |
호주제 폐지가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달 3일 헌법재판소가 호주제를 기반으로 한 민법조항들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 국회에 상정되어 있던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2007년 말까지 후속 조처를 마무리해 2008년 개정 민법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가족 구성원의 행복보다 부계혈통의 보존을 우선시한 호주제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 시대와 맞지 않는 일이었다.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을 고치는 데 꼬박 반세기가 걸렸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다. 호주가 가족의 혼인·입양·분가에 대한 동의권을 갖도록 한 민법 초안은 1953년 발표되면서부터 반대운동에 부닥쳤다. 58년 일부를 수정한 신민법이 제정된 뒤 62년, 77년, 90년에 단편적인 개정을 거쳤지만, 2005년에 이르러서야 그 모든 문제의 근간이라 할 호주제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무척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쳤지만, 호주제 폐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진전에 큰 획을 긋는 쾌거다. 이제 호주와 그에 딸린 가족 구성원이 있는 호적이 아니라, 사람마다 신분등록부를 갖게 되고, 가족 복리를 우선해 재혼가정의 자녀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후속조처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큰 줄기는 정해졌지만, 과거 호적과 관련되었던 261개 법령이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본적을 둘 것이냐 말 것이냐, 입양기록은 어느 정도 기록하고 어디까지 공개하느냐 하는 논란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면밀하게 검토·결정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국민의 자유와 평등·행복에 기여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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