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당 내분,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야 |
행정도시법의 국회 통과로 한나라당이 당내 갈등을 크게 겪고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해 당이 조각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제1야당의 심한 내분은 정국을 불안하게 한다.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위해서라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설득으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만들고 당직 사퇴, 단식 등의 시위를 하는 것은 국민의 뜻과 거리가 있다. 수도권이 너무 비대해지고 집중화되는 바람에 국토의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 때문에 행정도시가 추진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행정도시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표결을 통해 당론으로 택한 법안에 불복하면서 여야가 합의한 상태에서 법안 통과를 몸으로 막은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처사다. 국회에서 논의·결정하는 것이 온당한 사안을 걸핏하면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는 발상도 적절하지 않다.
반대파들은 행정도시법이 ‘비효율적인 수도 분할이다’ ‘과거사법과의 빅딜이다’란 주장을 펴고 있으나, 분명한 근거가 없다.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가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지역과 파벌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서울과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앞장서 반대하고, 찬반 기류가 당내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인사들의 향방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법은 여야가 전부터 처리에 합의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사 덮으려 수도 팔았다’는 주장은 정치 공세에 가깝다.
내분사태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이참에 정권에 무조건 반대해온 ‘무반당’의 취약한 당내 리더십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공허한 말다툼이 아니라 진솔한 대화로 체질을 개선해, 책임있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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