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한겨레>에 기고했던 금태섭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결국 검찰총장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조처가 징계위원회를 거친 공식 징계가 아니며, 상부 보고 없이 기고를 한 전례를 따른 수준이라고 말한다. 단지 절차만을 문제삼은 게 아니다. 금 검사의 글은 “검찰의 수사 현실을 왜곡한 사견”이며,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검찰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의 현실 인식이 이 정도라니, 답답하고 한심할 따름이다.
검찰 말마따나 기고 내용은 ‘피의자로 조사받을 때 묵비권을 행사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며 조서에 날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피의자의 법적 권리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를 현실 왜곡이라고 몰아붙이는 몰상식은 그렇다치고, 평검사의 기고문 하나에 국민적 혼란 운운하는 견강부회를 어찌 이해해야 하나. 올해 초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비판에 대해 금 검사가 반박한 글이 보도됐을 때, 검찰은 그의 ‘사견’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제 조직의 유·불리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건 민망하다. 차라리 검찰 내부를 감히 비판한 괘씸죄라고 말하는 게 솔직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현직 검사의 ‘용기있는 목소리’가 검찰의 불합리한 수사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검찰은 첫 기고가 나간 직후 수뇌부 회의를 잇달아 열어 징계부터 논의했고, 직·간접 압박으로 연재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그리고 비슷한 사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검찰총장의 경고로 마무리했다.
검찰의 이런 대응은 변화를 거부하는 자폐증과 인권 불감증을 스스로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정도의 내부 비판조차 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권 검찰’ 청사진을 말하는 건 낯부끄럽다. “자기를 되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검찰 총수의 말도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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