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재청구한 론스타 쪽 경영진의 구속·체포영장이 또 기각됐다. 범죄 혐의가 의심되지만 증거 인멸 등 구속 사유가 없고 체포의 필요성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법원은 중대 범죄라는 검찰 주장도 속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첫번째 영장 기각 사유와 별로 다르지 않다.
불구속 재판과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라는 점에서 법 절차에 따른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검찰은 증거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감정적인 공세는 좀 누그러졌지만 구속 기준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하다. 법원의 원칙론과 검찰의 현실론이 충돌하는 해묵은 갈등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다. 소모적인 감정 대립이 아니라면 구속 기준을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은 오히려 필요하다.
법원과 검찰은 조직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앞서 영장 갈등을 합리적으로 푸는 길은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구속·양형 기준을 서둘러 확립해야 한다. 불구속 재판 확대 방침에 따라 일부 법원에서 영장 발부 기준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들쑥날쑥한 게 현실이다. 구속 기준과 시스템을 구체화하면 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검 갈등은 물론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 불신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의 양형 기준도 마찬가지다. 불구속 원칙이 자칫 돈있고 힘있는 이들한테만 유리할 것이란 우려가 적잖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구속=처벌’이라는 법 감정과 마찬가지로 ‘불구속=실형 면제’라는 잘못된 관행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법정구속 등 엄정한 법 집행이 자리잡지 못하면 ‘유전무죄’로 대변되는 사법 불신은 풀릴 수 없다.
론스타 쪽 피의자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외환은행 매각 의혹 수사는 어느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론스타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지 못한 채 반쪽 수사에 그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피의자를 구속해야만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은 없다. 영장 기각을 미진한 수사의 면죄부로 삼아선 안 된다. 검찰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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