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지 1년이 됐다. 노 대통령은 두 달여 직무정지를 거쳐 총선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얻은 데 힘입어 청와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반의석은 현재 붕괴될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이 11일 김기석 의원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안으로 또 당선무효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과반 붕괴는 시간문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의회사상 최초로 개혁세력이 다수를 점했으나 개혁작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올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입법은 내내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며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복지 정책도 뚜렷하게 진전된 게 없다. 재벌개혁의 수단들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과반의석으로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낸 것말고는 여당이 이 과반의석으로 해낸 것이 별로 없다. 민주노동당 같은 우호 세력이 엄호하는데도 정국을 주도하지도,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수구세력들은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행정수도 같은 정당한 정책까지도 파탄내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섰다. 색깔론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혁 입법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런 강고한 수구의 벽을 돌파해 사회개혁을 이루려면 이보다 몇 배 강한 결의와 노력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개혁세력은 의지도 보잘것없고 전략 면에서도 턱없이 무능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과반이라는 힘을 갖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수구세력의 행보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1주년과 의석 과반 붕괴 위기를 맞아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한다. 아울러 성실한 노력을 다하지 못해 절호의 개혁 기회를 놓치게 된 데 대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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