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의 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들었다. 파업이 길어지면 2003년과 비슷한 ‘물류 대란’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2003년 5월의 파업 때는 항만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 기업들이 발을 굴러야 했고, 외국 선박회사들이 국내 기항을 포기하는가 하면, 국외 주문 취소도 속출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물류 대란’이 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끼칠 것이고 파업 불참 차량에 대한 수송 방해 행위는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서 엄단해야 한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없다.
3년 전 화물연대가 파업을 끝내면서 정부와 맺었던 운송요금 개선책 등이 어느정도 진전됐다면 이번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 사이에 맺은 약속들이 성실하게 이뤄졌는지, 화물연대의 요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의 중요한 요구 사항 중 하나는 표준요율제다. 정부가 운송요금의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차주들에게 최소한의 수익, 곧 ‘최저 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이 자율화된 뒤 화물차주와 운송업체가 급증하면서 운송요금이 크게 낮아졌다. 실제 시장운임이 예상 시장운임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고 이는 1997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표준요율제라도 만들어져야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화물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시장의 기능에 맡긴 채 정부가 두 손 놓고 바라볼 상황이 아니다.
중간 알선 업체들이 가져가는 ‘주선료’도 문제다. 화물차주가 일감을 얻고자 중간 알선업체들을 몇 차례씩이나 거치다 보면 심할 경우 운송료의 절반 가까이를 주선료로 떼이기도 한다. 알선업체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주선료의 상한선이라도 정해야 한다. 화물운임을 체계화하고자 화물연대와 운송업체들은 올해 여러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정부가 오히려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형식상 ‘개인 사업자’인 화물차주들과 운송업체의 운임 교섭이 ‘담합’에 해당된다며 업체들을 제재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노동자인가, 아닌가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형식상 개인 사업자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개인의 삶과 국가경제에 더 유익한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