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최근 자신의 민주평통 연설과 관련해“표현 과정에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화체 연설에서 표현이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통령이 돼서도 변하지 못해 탈”이라고도 했다. 거칠고 과격한 언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실상 사과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다시 사사건건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전의를 불태우겠다는 뜻인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 보도 중에서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 설명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길 바란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항상 신중하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내용이 옳더라도 정제되고 격식있는 언어가 아니면 괜한 상처와 대립을 낳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평통 연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대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떡 사 먹었느냐”는 등의 품위 없는 표현 때문에 군복무 단축 검토나 튼튼한 국방 안보를 강조한 본디 뜻은 사라졌다. 대신 예비역 장성들이 모여서 공개 반박 성명서를 내고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는 등의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했다. 맘속에 있는 말을 그때 그때 다 쏟아내는 대통령이 아니라 충분히 걸러서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어떤 국민도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표현을 가다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다. 부동산값과 교육 문제 등으로 시달리는 국민의 아픔을 절실히 깨닫는다면 대통령이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과의 기싸움에 매달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임기 말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것은 정치인들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통령 본인이 이런 데서 정치인들에게 느끼는 “서운하고 분한” 심정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느끼는 절망과 허탈감을 먼저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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