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마지막 공식 협상인 제8차 협상이 마무리됐다. 경쟁·조달·통관 등 몇 가지는 타결이 됐지만 주요 쟁점은 고위급 회담으로 넘겨졌다. 자동차·섬유·농산물·의약품·무역구제·투자자소송 등 굵직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실무적인 협의가 거의 마무리된 만큼 언제든 주고받기식 타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냉정하게 전체를 돌아봐야 할 때다. 특히 1년의 협상 과정을 지켜 본 국민들이 협정에 동의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런 협상 개시 선언, 공청회 무산, 대표단 위주의 협상 진행 등으로 대다수 국민은 협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왔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일방적인 홍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이득과 피해가 있을지 추측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을 보자. 협상 과정에서 의회를 통해 수시로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를 관철시켜 왔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쇠고기 시장이 완전 재개방되지 않으면 자유무역 협정은 없다”는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협상 자체보다 자국민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원칙 때문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수십 가지 법률 개정이 뒤따르는 중대한 사안이다. 협정을 맺으면 관련 법률을 다시 고치기도 어렵다.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대통령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선은 국민 경선에 의한 후보 선출, 후보자간 생방송 토론, 언론 및 시민단체 등에 의한 검증 등 국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치러진다. 투표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같은 국가 대사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준비해서 국회 찬반 투표로 끝내는 것은 곤란하다.
공식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 정부는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형식은 상관없다.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국회 토론회, 설문조사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대선 못지 않은 광범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 특위 만들어놓고 보고만 받으면 할 일을 다 한 것인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여론이 악화되니까 이제서야 “국민이 반대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은 무책임하다. 현시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밀실협상이 아니라 바로 국민과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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