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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개헌 유보’ 요청과 노 대통령의 선택

등록 2007-04-11 18:40수정 2007-04-11 18:57

사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6개 정파의 원내대표들은 어제 “개헌 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대신 다음주로 예정된 개헌안 발의를 유보해 줄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동안 연내 개헌에 찬성했던 열린우리당이 다른 정당과 보조를 같이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 등의 상황 변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개헌안 발의를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새로운 국면이다. 청와대는 “각당이 차기 정부, 차기 국회의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책임있게 약속할 경우 대통령은 개헌 내용과 추진 일정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국회에서 개헌안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엿보인다. 대화의 물꼬가 트인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복잡하다. 정치권은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할테니 이번에는 개헌안을 내지 말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노 대통령은 ‘막연하게 다음에 하겠다는 것은 못 믿겠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표를 가져오지 않으면 그대로 발의하겠다’는 태도다. 특히 청와대는 일정표와 함께 최소한 원포인트 개헌이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양쪽의 생각에 차이가 적지 않다.

청와대나 각 정당은 국민들의 뜻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이미 국민의 뜻은 드러났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해서는 다수가 찬성하지만, 개헌 시기는 차기 국회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개헌 시기를 구체화하고 내용의 얼개를 미리 합의할 수 있다면 이후 개헌을 추진할 때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는 이점은 있지만, 그것이 지고지선은 아니다. 예컨대 17대 국회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한다고 합의한들 당도 바뀌고 국회의원도 바뀌면 무슨 실질적 구속력이 있겠는가. 정치적 합의와 상관없이 18대 국회 때 개헌 내용에 대한 국민의 뜻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를 차기 정부와 국회에 넘기는 게 좋겠다. 개헌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것만도 의미는 적지않다. 다만, 국회는 알찬 개헌 준비를 위해 지금부터 개헌에 관한 기구를 만들어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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