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책임은 ‘김 비서실장’에게 있다 |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과 관련해 사의를 밝힌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표가 반려됐다. 이번 파문은 김 실장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청와대 인사체계 개선과 함께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하며,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전 부총리에 대해 “서울대 총장을 퇴진한 사유 자체가 교육부총리 임용에 부담이 된다”는 부적격 보고서를 냈다. 인사수석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실장이 의장으로 있는 청와대 인사추천회의는 이런 상식적인 판단을 묵살하는 파행을 빚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김 실장에게 있는 이유다.
김 실장이 회의에서 이 전 부총리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지만 그것으로 면책될 수 없다. 아무리 ‘시스템 인사’라고 해도 인간관계가 앞서는 현실에서, 이 전 부총리와 40년 지기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실장의 침묵은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하다. 실장은 실무진이 낸 부적격 의견의 편에 서서 적극 검증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중국적자인 이 전 부총리의 아들이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 경위는 석연찮으며, 이 전 부총리 사퇴의 계기가 됐다. 특례입학 의혹에 대해 김 실장이 소상히 알고 있으면서도 검증 단계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김 실장이 의장으로 있는 인사추천회의가 앞으로 신뢰를 받기 어려운 결정적 사유다. 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도마뱀 꼬리자르기’ 격으로, 청와대 쇄신과 민심 수습에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해찬 총리가 특정 정책 목표에 집착해 도덕성을 가벼이 여기고 이 전 부총리를 적극 천거한 것도 실책으로서, 사과하고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최종 검증과 인선은 청와대의 몫인 만큼, 총리가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기사공유하기